사랑시 배달 75 - 첫눈 / 장석주
 박일만  | 2021·10·02 07:28 | HIT : 119 | VOTE : 67 |
첫눈 / 장석주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이루어졌거든
뒤뜰 오동나무에 목매고 죽어버려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실패했거든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눈길을
맨발로 걸어가라
맨발로
그대를 버린 애인의 집까지 가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끝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첫눈이 온다 그대
쓰던 편지마저 다 쓰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들에 나가라

온몸 얼어 저 첫눈의 빈 들에서
그대가 버린 사랑의 이름으로
울어 보아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사랑한
그대의 순결한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라        



【너스레】
첫눈이 오는 날 시인은 말합니다. 당신의 첫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죽어도 좋다고 합니다. 이루어 진 사랑은 이미 첫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때부터 첫사랑은 흔한 사랑의 일종이 되는 것입니다. 또 첫사랑에 실패했으면 맨발로라도 애인의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고행을 감수하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사랑은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첫사랑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불어넣어 주는 것입니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편지를 다시 쓰고, 들에 나가 과감하게 그 사랑을 잊어버리라고 합니다. 아니 찾으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 한 말처럼 보이지만 이치에 맞는 말입니다. 순결한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는 신념을 잃지 말라고 다독이는 것입니다. 진리의 말씀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 등
  ☞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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