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배달 73 - 정사 / 이경
 박일만  | 2021·08·30 13:25 | HIT : 131 | VOTE : 71 |
정사 / 이경


암 사마귀는 강하다 교미하는 순간
제 사랑을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잔해를 남기지 않으려고
집착의 대상을 살려두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사랑이 빠져나간 그의 등을 용납할 수 없어

절정의 수컷을 정수리부터 먹어치운다
풀숲의 역사만큼이나 질기고 능숙한 혀 속으로
이 목 구 비가 녹아들어
황홀하게 심장을 뜯어 먹히는 숫 사마귀

오 저처럼 싱싱한 사랑을 생식하는 암컷의 식욕과
심장보다 더 늦게까지 살아남아 생을 무두질하는
숫 사마귀의 저것!
을 보라

독이 익어가는 가을 꽃밭이다
탄피처럼 몸이 부푼 암 사마귀 한 마리
마른 꽃대궁에
청산가리 같은 목숨을 하얗게 쏟아놓고


【너스레】
교미 도중 암컷사마귀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수컷을 먹습니다. 몸은 움직일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암컷의 입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수컷의 머리를 떼어먹습니다. 수컷의 머리정도라도 있어야 배고픔을 잊고 장시간 교미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컷의 머리에는 교미를 조절 할 수 있는 억제기능이 있는데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 그 기능을 잃고 더욱 활발하게 교미를 합니다. 머리가 사라진 수컷은 그렇게 억제기능을 잃고 지속적으로 교미를 합니다. 본능만 남습니다. 암컷사마귀는 수컷의 머리를 우선 먹어치움으로서 체력유지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동시에 <활발한 교미>라는 두 가지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수컷의 거시기가 “심장보다 더 늦게까지 살아남아 무두질”을 지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잔인하지만 강렬한 사랑법. 누구나 한번쯤 이런 사랑을 꿈꾸어 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 생을 통째로 털어 넣는 사랑을 말입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등
  ☞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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