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배달 71 - 그리운 막차 / 송종찬
 박일만  | 2021·08·10 06:23 | HIT : 115 | VOTE : 71 |
그리운 막차 /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너스레】
열정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전주에 살고 시인은 부안에 삽니다. 좀 멀긴 합니다. 시인은 매일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막차를 타고 다니면서 달콤한 사랑의 잠에 취합니다. 시인은 매일 대합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이 아쉬워 머뭇거리다가 막차시간을 넘기곤 합니다. 그러나 막차는 매몰차게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줍니다. 막차인 만큼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함께 동행 하려는 미덕을 보여 줍니다. 시인은 이렇게 배려를 해주는 막차에 기대어 사랑을 이어갑니다. 막차가 종점에 닿을 즈음 새벽이 되면 막차는 이제 막차가 아닌 첫차가 됩니다. 사랑은 이렇게 마지막인 듯, 처음인 듯 발효돼 가는 것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등
  ☞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사랑 시 배달 72 - 명사산 / 이근배  박일만 21·08·17 121
  사랑 시 배달 70 - 모란의 연 / 류시화  박일만 21·07·14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