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배달 59 -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 복효근
 박일만  | 2021·01·29 21:51 | HIT : 7 | VOTE : 1 |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 복효근


5월 봄밤에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그 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쳐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건드려보지도 않고
윗도리는 벗지도 않은 채 마악 아내에게 다가가려니
집 뒤 대숲에서 검은등뻐꾸기 웁니다
나무라듯 웁니다
하려거든 하는 것처럼 하라는 듯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홀딱벗고 홀딱벗고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댑니다


【너스레】
따뜻한 5월의 밤. 몸도 마음도 가뿐한 날이었겠지요. 어쩌자고 뻐꾸기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라고 들릴까요? 검은등뻐꾸기만의 독특한 소리 때문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아내와 다투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화해를 청하려는 의무감이 앞선 나머지 시인에게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그렇게 들렸을 것입니다. 옷도 다 벗지 않고 감행을 하려는 남자에게, 하려거든 제대로 벗고 하라고 뻐꾸기가 나무라는 것입니다. 첫날밤처럼 화끈하게 또는 살아생전 지상에서의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하라는 질책입니다. 그러므로 소리가 묘하게 들리는 이유는 순전히 주인공의 성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 일 것입니다. 시인의 상상력이 파안대소를 불러왔습니다. 그러다가 포복절도할지도 모릅니다. 다들 배꼽 관리 잘 하셔야 하겠습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뼈의 속도』(실천문학)  등
  ☞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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