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의 저녁 / 이재무
 박일만  | 2021·11·15 06:57 | HIT : 34 | VOTE : 20 |
석모도의 저녁 / 이재무


비 오는 날의 바다는
밴댕이회 한 접시, 도토리묵 한 사발을 내놓고
자꾸만 내게 술을 권했다

몸보다 마음이 얼큰해져서
보문사 법당에 오르며
생에 무늬를 남긴 인연들을 떠올렸다

비를 품고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
저녁 길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바다가 쓰는
생의 주름진 문장들을 읽는 동안
마음의 자루가 터져
담고 온 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얼마나 더 큰 죄를 낳아야
세상에 지고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섬에 와서도 내내 뭍을 울고 있는 내가 싫었다

자애로운 저녁은 어머니의 긴 치마가 되어
으스스 추워오는 몸을 꼬옥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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