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게 / 전윤호
 박일만  | 2022·04·11 20:00 | HIT : 33 | VOTE : 7 |
정선에게 / 전윤호


화암리 벼랑인 양 버티는
너를 좋아했지
마음 한 번 받지 못한
짝사랑이었어

가문 여름의 옥수수 밭처럼
매련없이 울다가
아무도 없는 역에서
밤기차 타고 떠났지
굴이 무너지고
철교가 끊어졌어

밀려난 것들끼리 거품이나 흘리는 하류에서
늘 입석으로 살았어
빈자리가 생겨도 앉지 않았지
언제든 돌아가야 하니까

가슴속엔 구멍이 생기고
점점 커졌어
한 방울 한 방울 그리움이 떨어져
종유석이 된다면
몇 억 년을 건너야 입구를 찾을까

오래 참은 아라리처럼
이제 나 돌아가려네
길은 흐리고
다른 우주가 머지않으니
바퀴들이 삐걱이며 비행기재 넘을 때
기어코 안개는 비가 되겠지

더는 오지 말라고
입술 터진 강물이 막아서고
나 따위 잊은 지 오래라고
좋은 사람 만나 잘산다 해도
나는 기필코 가네 이 한 목숨
함백산 만항재 주목으로 남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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