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노리 / 최정신
 박일만  | 2022·03·20 07:30 | HIT : 42 | VOTE : 18 |
엇노리* / 최정신


무릎은 복숭아 속살이어야 한다
한사코 피마자기름 들고
내 무릎에 집착하던 당신,

짐짓 당신 무릎은
무명 치마 속 깊게 숨긴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그 감춤을 자꾸만 들춰
두들두들 손마디로 음 소거 자장가를 듣곤 했다

신여성 날개 꺾은 시살이는
삼실 비벼 길쌈 짓느라 피멍 가실 날 없었다는 무릎을 들려주던 밤,
싸락눈 쌓이던 소리 귓등에 아삼했다
삼실처럼 질긴 명이 되라고
윤달에 지은 베옷 한 벌
것도 말짱 헛소리,
육순 막 넘긴 해 말끔히 차려입고 목실로 이주했다
폐업한 생이 십수 년,
월수 찍듯 보름밤이면
매끈하고 둥근 무릎이 창틀에 걸터앉아 궁금을 염탐한다
고해苦海에 두고 간 나룻배가 못 미더워 노심초사 내려 본다
어쩐 일로 빛이 처연할까
슬픔의 문양은 둥글었을까

사사건건 엇박자 장단이나 맞추던 나는
이승 버린 후에도 맘 못 놓는 애물단지,
무사한 무릎 접어
안심 한 잔 진설할 기일이 달 포 남짓 남았다


*고려 가요의 하나로, 아버지의 사랑보다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고 지극함을 낫과 호미에 비유하여 읊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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