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 황학주
 박일만  | 2022·02·25 11:15 | HIT : 66 | VOTE : 43 |
고흥 / 황학주


이 길을 지날 때면
솨르르 솨르르 눈 밑에 기슭이 번진다
여름이 가는지
귀 안에 물이 든 것 같은 소리,
만져보기도 전 어디에서 꽃그늘은 다 잠겨
해안선이 조용해진다 조용해진 문장들,
이라고 쓰고 나면 언제나 야심했다 싶은 주소지
노란 불빛에 헌 양재기 부딪는 소리가 외따로 쓸려간다

신발을 들고 돌아서면 발 디딜 데 없이 고요한,
더 필요한 것이 모두 젖은 해안선
지나쳐온 고요를 함부로 밟을 수 없는
몸의 습성은 장례지의 바람을 닮았다
유년의 바람을 묻어놓은 바다의 다락방으로
되돌아가는 하루였을까 조가비 하나,
희고 파리한 그런 말일까

황금빛 해변이 가장 길어지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황홀하게 저린 말이 부리를 떠는 한 순간을 위해
멀리 뿌리를 던진다 솨르르 솨르르 물결이 들고
갈 곳 없는 마음으로 마음 얻지 못한 모든 노래는
바닷새처럼 가버렸는지
서편 하늘은 가느다래지는 새의 발끝을 하나
조가비처럼 닦고 있다

나, 휘어진 바닷길을 그제야 따라붙는다
배기고 아픈 날들이 가장 잘 업히는
저녁 多島
가장이 없어 고요한 저녁 多島에



     
  성선설을 부인하다 / 이해리  박일만 22·03·02 77
  능가사 벚꽃 잎 / 황학주  박일만 22·02·24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