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독 / 권선희
 박일만  | 2023·08·22 03:55 | HIT : 49 | VOTE : 24 |
간독 / 권선희


아버지는 풍배 타고 고기를 잡았다
물칸 넘치게 싣고 돌아오면
튼실한 놈들만 골라 간독에 넣고 소금 후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차곡차곡 쟁여 넣던 물고기들
목숨이니 어디서든 붙어살겠지
저승도 살 곳이라 다들 가는 것이라며
큰형 잃은 여름, 비린 생에도 간을 쳤다
끓는 속내와 솟구치는 부아를 간독에 재우고
돛을 세워 바람 타고 별 읽으며 돌아왔다
눈바람 배를 묶어 더는 나갈 수 없는 겨울
세간 부수는 날에도 차마 아버지, 간독은 건들지 않았다
병에 들자 여러 날 곡기 끊고
다들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아주 좋은 곳인가 보다
그곳으로 건너가실 때에도 간독만은 두고 가셨다

혼자 남은 어머니는 간이 잘 밴 아버지를 내다 팔았다
참 깊고 어두운 속내였다




*간독 : 바닷가 사람들이 물고기를 염장하던 아주 커다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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