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 / 박규리
 박일만  | 2023·07·20 16:19 | HIT : 51 | VOTE : 26 |
행자 / 박규리


암자에 온 어린 행자에게
‘행자님’‘행자님’했더니
‘행자 스님’이라고 부르란다
행자면 행자고 스님이면 스님이지
행자 스님은 뭔가
못 들은 척 ‘행자님’불렀더니
벌컥 화를 낸다
행자行者란 걷는 사람
부처도 예수도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었다
일평생 걷는 일밖엔 몰랐다
살아서 다 가보지 못할
제 안의 막막한 묵정길 버려두고
부질없이 이 산속에서 길을 물어 뭘 하누
가만 생각하니
공양주란 자고로 주지 ‘주’자를 같이 쓴다
절집에선 주지 다음 서열이렷다
은근히 화가 난 나는 ‘김행자!’하고 불렀다
그랬더니 다음날 보따리 싸가지고 나가버렸다
덕분에 지금껏 스님께 욕먹는,
나는 남아도
드디어 길 떠난 행자야
도시의 황톳길에 발목 푹푹 빠지며
사람 속에서 아, 오직 사람 속에서
홀로 길 열어야 할,
보고 싶은 행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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