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기다린다 / 고영민
 박일만  | 2023·07·11 14:00 | HIT : 51 | VOTE : 25 |
아버지를 기다린다 / 고영민


옆에서 소변을 보던 아버지가
내가 손을 씻고 머리를 매만질 때까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요즘 들어 나도 점점 무언가를
끊는 게 힘들어졌다
털고 뒤돌아서면 그만이던 것이
이젠 뒤돌아서도 영 뒤가
개운찮다

술을 먹어도, 글을 써도, 사람을 만나도
뭔가 할말을
다 못 하고 나온 것만 같다

휴게소 화장실 소변기에
젊은 것들이 시원하게 오줌을 갈긴다
다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
볼일을 보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버지를 기다린다



     
  치자 꽃 설화 / 박규리​  박일만 23·07·16 54
  라면 먹는 저녁 / 이상국  박일만 23·03·05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