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두 알 / 이운진
 박일만  | 2022·11·20 19:25 | HIT : 7 | VOTE : 2 |
모과 두 알 / 이운진


겨울을 위해 책장 위에 올려 둔 모과 두 알이 썩고 있다
하나는 살이 부풀어 오르며 진물이 흐르고
하나는 속을 말리며 쪼그라든다

하나는 우는 여자 같고
하나는 참는 여자 같다

짐짓 모른 척해주려고 모과를 책장의 더 높은 곳으로 옮겨 놓고
어둠의 요람에서 자랐을 것들을 생각한다

씨앗과 달큼한 과즙, 풀과 별들의 냄새 같은 것이
다시 모과의 시간 바깥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바람도 매일의 상처였던 날들을 잊고 있을까

그 사이
우는 여자는 어제보다 더 무너져 울고 있고
참는 여자는 어제보다 더 가벼워져 있다

하나는 슬프게 행복을 애원하는 것 같고
하나는 슬픈 눈으로 행복을 말하는 것 같아서

모과 곁에서
모과를 조금 떼어놓는다

눈물보다 어리석은 여자가 내겐 더 옳았으므로
정말 잊혀진 것은 끝내 잊혀져야 하므로

나는 참고 있는 모과 쪽으로 자꾸 햇살을 모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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