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 김명기
 박일만  | 2022·11·18 17:14 | HIT : 14 | VOTE : 2 |
목수 / 김명기


못 주머니를 찬 사람이 떨어졌다
낮달과 해 사이 그가 쳐 대던 못처럼 박혔다
점심을 나와 함께 먹었던 사람
맞물리지 않은 비계에 발을 헛딛고
허공에서 바닥으로 느닷없이 떨어졌다
짧은 절명의 순간에도 살겠다고 몸부림쳤지만
안전모가 튕겨져 나가고 박히지 않은 못이 먼저 쏟아졌다
세상 한 귀퉁이에서 이름 없이도 살아보겠다고
낡은 안전화를 끌고 날마다 비계를 오르던
늙은 목수가 남긴 유산이라곤 허름한 못 주머니와
상처투성이인 안전모와 조악한 싸구려 안전화가 전부였다
자기 전부를 걸고 일하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필사적이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구급차가 달려올 때 마디 굵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서려던 사람이 끝내 숨을 거두고
현장은 서둘러 정리되었다 장국에 말은 밥을
크게 한술 뜨며 했던 그의 말이 자꾸만 거슬렸다
못질할 때 말이여 첫 대가리만 때려보면 알어
단박에 들어갈 놈인지 굽어져 뽑혀 나올 놈인지
낮달과 해 사이에 박혀버린 그는 어떤 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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