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박 / 복효근
 박일만  | 2021·11·20 07:51 | HIT : 43 | VOTE : 21 |
조선호박 / 복효근


잘 익은 조선호박은
자식들 기르며 허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몸매
내 작은형수 엉덩이만 같아서
신난간난 한 세월 지긋이 뭉개온 토종의 저 둥근 표정이라니
그 속엔
천둥 같은 가뭄 같은 것들도 푹 삭아서 약으로 고였겠다
이제는 따글따글 오뉴월 뙤약볕이 한 말은 여물어서
은빛 붕어새끼 같은 눈물 같은 씨앗들이
어둠 속 환하도록 빛나겠다
얼마나 깊은 궁륭일까
잘 익은 조선호박일수록 큰 허공 하나 키워서
내 형수 엉덩이 두드려 볼 수는 없어도
누렁호박 두드려보면 들린다
뿌리야 거름구덩이 속에 박혔어도
지리산 줄기처럼 섬진강 줄기처럼 넌출넌출
벋어나간 호박덩굴 궁 궁 발 울림소리들
봄 햇살 함께 일어서선
늦서리 함뿍 뒤집어쓰고야 밭 언덕을 내려와
죽은 시아비도 늙은 시어미도 바람 같은 지아비도
저녁 한 밥상에 둘러앉히고
궁시렁 궁시렁 쌀 안치는 소리
상 차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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