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망록 / 장문석
 박일만  | 2021·03·20 07:21 | HIT : 4 | VOTE : 1 |
가을 비망록 / 장문석


마침내 종전이 선언되었다
병사들은 서둘러
초록 군복을 벗기 시작했다
허리춤에서 떨어져 나온 탄피들이
울긋불긋 팔부능선을 넘어갔다
전리품은 역시 달콤했고 풍요로웠다
반달곰 부관은 석청 두어 되 짊어진 채
길채비 서두르고
다람쥐 첨병은 새벽부터 알밤 챙기더니
하마 뒷모습이 묘연하다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무성한 무용담을 군불로 지피며
오순도순 아내와 팔베개를 할 것이다
그걸 알고 소낙비는
게릴라전을 멈출 것이고 폭염은
인해전술을 거둘 것이다
곧이어 자작나무 평화유지군이
북부전선에 도열할 것이고
함박눈이 환영의 깃발을 흔들 것이다
그걸 신호로 산비둘기 날아와
깃발 한복판에
평화, 라는 낙관을 찍어
최종적으로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다

그때쯤 나도 붉은 석류즙을 찍어
지난 계절의 비망록을 쓸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 첫머리는 똑같을 것이다

―봄이 되자 기러기 외인부대는
종전선언문을 찢어 허공에 날리고는
또다시 얼음나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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