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김환식
 박일만  | 2021·03·04 07:28 | HIT : 5 | VOTE : 1 |
인연 / 김환식


두레상에 둘러앉아
저녁밥을 함께 먹던 식솔들이 눈에 선하다
밟고 온 시간들
그 시간들의 형색이 더욱 아득하다
버릇처럼 한 그릇을 또 비운다
밥그릇을 비운다는 것은
빈 그릇의 침묵만큼 늙어간다는 것이다
고봉으로 품었던 하찮은 꿈들도
막상 설거지를 하고 나면
생살을 도려내듯 가슴이 아파온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인연인가 싶다가도
얼떨결에 옷깃이 뒤엉키고 나면
참 얄궂은 인연도 다 있다 싶다가도
그래, 그 인연들이 얽혀
마디가 되고 티눈이 되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도
하루에는 한 번씩이 고작인데
인연을 맺고 끊는 것은
하루에도 수백 번을 연습할 수 있더라
너무 맑은 하늘과 마주앉았노라니
눈이 부시고 맘이 시려 더는 볼 수가 없더라
어쩌면, 산다는 것은
강변에 나뒹구는 율석들처럼 만나서
태산 같은 인연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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