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 조성국
 박일만  | 2021·02·22 08:06 | HIT : 3 | VOTE : 0 |
오래된 골목 / 조성국


이 골목에 이십 수년 살아도
가보지 않은 샛길들 많다 이리 굽고
저리 굽어서 한 치 앞을 분간 못하는
발길을 알려주는 애기보살 점집이 있고
앳된 창녀가 이따금 기대는
어슷하게 기운 녹슨 함석 문짝의
전등갓 깨어진 여인숙 불빛이 있고
늘 게슴츠레한 눈빛을 던지던 과수댁의
외상 점방이 있다 꽉 막힌 골목길이란 없다
막다른 끝에 누군가의 집이 있고
케케묵은 거기에 구뜰하게 세 들어 사는
헐값에도 팔 수 없는 싸구려 고물들,
불 꺼진 보일러 화통과 켜켜이 쌓인
빛 자랜 책장들을 저윽히 바라보면
체증 맺힌 명치께처럼 먹먹하고 벅차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쩔 거냐면서도
저물도록 요란스런 고물장수의 목쉰
확성기 소리가 흔들어놓은 이 순간, 깜박하고
이내 꿈틀거리는 외등처럼
오래된 골목 샛길을 자꾸만
바장거리며 되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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