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비망록 / 공광규
 박일만  | 2021·02·07 09:05 | HIT : 8 | VOTE : 0 |
시시한 비망록 / 공광규


​돈이 사랑을 이기는 거리에서
나의 순정은 여전히 걷어차이며
울었다

​생활은 계속 나를 속였고
사랑 위해 담을 넘어본 적도 없는 나는
떳떳한 밥 위해 한 번도
서류철을 집어던지지 못했다

​생계에 떠밀려 여전히
무딘 낚싯대 메고 도심의 황금강에서
요리도 안 되는 회환만
월척처럼 낚았다

​자본의 침대에 누워
자존심의 팬티 반쯤 내리고
엉거주춤 몸 팔았다

​항상 부족한 화대로
시골에 용돈 가끔 부치고
술값 두어 번 내고
새로 생긴 여자와 극장에 가고
혼기 넘긴 친구들이
관습과 의무에 밀려
조건으로 팔고 사는 결혼식에
열심히 축의금을 냈다

​빵이냐 신념이냐 물어오는 친구와
소주 비우며 외로워했다

​나를 떠난 여자 생각하다가
겨울나무로 서서 울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이런,
시시한 비망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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